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일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서울 명동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리 종이에 적어온 이 같은 짤막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사전투표 직전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라는 초대형 변수와 맞닥뜨린 이 후보는 입장을 밝히는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 메시지는 두 후보의 단일화 발표가 나온 직후 이 후보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민주주의, 국민주권 국가에서 정치인 몇몇이 마음대로 감히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종로 유세에서는 “세상에 잔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변수를 ‘잔파도’에 비유한 것이다.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던 이 후보와 달리 민주당 선대위는 이번 단일화를 ‘정치 야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이번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며 “국민은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다 지켜보셨기 때문에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부터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 야권 단일화 여파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에선 단일화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을 때 안 후보 지지자 중 단일화에 찬성하는 상당수가 이미 윤 후보 쪽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은 안 후보 지지자 가운데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안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비슷한 비중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 선대위의 판단이다.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안 후보 지지층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일화에 대한 반응이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 지지자 중 충성도가 낮은 이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2년 대선에서 안 후보와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면서 우리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층이 오히려 더 강하게 결집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불과 며칠 전까지 안 후보는 ‘윤 후보를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게 될 것’이라고까지 얘기했다가 갑작스레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 중도층은 오히려 윤 후보에게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사전투표 직전에 성사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단일화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최소 2~3일은 갈 텐데, 곧바로 사전투표가 시작된다는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본투표까지 단일화 효과가 이어지지 않게 안 후보 지지층과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메시지를 계속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세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