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비롯한 소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크게 늘면서 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확진된 소아가 혼자 병원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의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거창에 사는 윤모(43)씨는 지난달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12세 아들과 격리한 채 재택치료에 들어갔다. 당초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아들은 윤씨 확진 이튿날부터 체온이 40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윤씨는 보건소에 연락해 아들이 응급실에서 진료라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확진자는 외출하지 못하니 아이 혼자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보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할 수 없이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인근 병원에서는 진료가 불가능하고, 1시간40분 떨어진 마산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또 확진자인 부모를 제외하고 아들 혼자 구급차를 타야 한다고 했다. 윤씨는 결국 아들을 혼자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 그는 3일 “홀로 구급차를 탄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걱정 말라’고 말해줬지만, 아들과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일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아 확진자 관리를 위해 소아 확진자에 특화된 거점전담병원을 26곳 새로 지정해 지난 2일부터 대면진료가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급증하는 미성년 확진자를 적시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또 확진 부모의 동행이 가능한지 등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현장에서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18세 이하 신규 확진자는 5만304명으로 전날(5만2092명)에 이어 이틀 연속 5만명대를 기록했다.
소아의 확진 판정 이후 재택치료 과정에서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가족 중 소아 혼자 확진된 경우 비확진자인 부모와 동선을 분리해야 해 혼자 지내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박모(40)씨는 “8살짜리 아들이 가족 중 혼자 확진돼 아이와 접촉을 최소화하려 방에서 혼자 밥을 먹게 하고, TV를 보다가 지쳐 자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시로 돌봄이 필요한 미성년 확진자의 경우 확진 부모라 하더라도 방역복을 입은 채로 병원에 동행할 수 있게 하거나 부모가 기저질환자가 아니면 격리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행정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