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면서 양측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피란민은 지난 1주일 사이 이미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20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미국 CBS방송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유엔 인권감시단은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개시한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1일 밤 12시까지 현지에서 죽거나 다친 민간인을 752명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어린이·청소년 15명을 포함한 227명이 숨졌고 525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상자 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에서 무력 충돌로 죽거나 다친 사람(713명)보다 많다고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은 설명했다. 해당 기간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136명, 577명이다. 유엔 측은 현재까지 파악된 인명피해 규모가 실제보다 적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하르키우에서 특별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직원이 전날 포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직원은 가족을 위한 보급품을 구하던 중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서 혼자 대피하던 자국민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르키우에서는 인도 출신 의대생 1명이 음식과 물을 사기 위해 식료품점 앞에 줄을 서 있다가 포격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강한 저항에 시내로 진입하지 못한 러시아군이 도시 중심부를 겨냥해 포격 등 원거리 공격을 늘리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더욱 속출하고 있다. UNHCHR은 민간인 피해 추산 규모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사상자 대부분이 중화기와 다연장로켓, 공습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계속해서 군수 문제를 겪으면서 시내 민간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데 훨씬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이후 러시아 침공군 약 9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침공 1주일 만에 처음 발표한 러시아군 사망자는 498명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 수치가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유엔난민기구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100만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떠나면서 ‘금세기 가장 빠른 난민 탈출’이 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전쟁 첫 주에 우크라이나 인구(약 4320만명)의 2% 이상이 쫓겨난 셈이라고 AP통신은 부연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 검사장은 39개 회원국의 요청으로 러시아의 전범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공지했다. 그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점령에 나선 2013년 11월 21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사건까지 모두 조사할 수 있다며 증거 수집이 이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