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장치의 공통점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커 보이는 화면이 며칠만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로 받아들여진다. 요즘 거실 TV 주력이 60형을 넘어 75형 이상으로 커지는 것도 큰 화면 선호도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새 태블릿PC 갤럭시 탭 S8 울트라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너무 큰 TV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했다. 과연 이 제품은 태블릿PC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지만, 결국 큰 화면에 걸맞은 사용자경험(UI)을 제공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탭 S8 울트라는 대각선 화면 길이가 369.9㎜(14.6형)에 달한다. 시장에 나온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크다. 웬만한 노트북 화면 크기와 같다. 소파나 침대에서 콘텐츠를 볼 때 만족감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이 제품은 최대 3개까지 화면을 나눠 멀티태스킹을 이용할 수 있다. 화면 자체가 크다 보니 분할해도 답답한 느낌이 덜했다. 집에 TV가 따로 없는 1인 가구나, 개인용 세컨드 스크린이 필요한 사용자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크기의 태블릿PC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사용자가 납득할만한 사용성을 증명해야 한다. 탭 S8 울트라는 사용성에서 모호한 면이 있다. 태블릿PC는 휴대성이 중요한데, 이 제품의 기본 무게는 728g(5G 모델 기준)으로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문서작업 등에 필요한 키보드커버는 644g이다. 키보드커버를 붙이면 1.37㎏으로 시중에 나오는 경량 노트북보다 절대 가볍지 않다. 노트북과 탭 S8 울트라 2개를 모두 휴대하고 외부 활동을 하기엔 무게 부담이 상당하다.
탭 S8 울트라는 스마트폰과 연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노트북보다 우위에 있다. 노트북·스마트폰 연동성은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라는 이종 운영체제(OS)를 연결하는 것이라 아직까지 보완할 점이 많다. 반면 탭 S8 울트라는 스마트폰과 같은 안드로이드 OS라 연동성이 좋다. 전화, 문자부터 스마트폰에서 하던 일들을 탭 S8 울트라에서 그대로 이어서 하는 게 편리하다.
하지만 탭 S8 울트라가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무용으로 탭 S8 울트라는 노트북만큼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콘텐츠 소비가 중심인 태블릿PC의 사용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덱스(DeX) 모드를 활성화하면 윈도우 OS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어느 정도 사용성을 보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업무를 하거나, 오피스 프로그램 중심의 업무 환경이라면 탭 S8 울트라를 업무용으로 쓰는 것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탭 S8 울트라는 갤럭시 탭 최초로 전면에 2개의 카메라(12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를 적용했다. 전면의 120도 초광각 카메라를 통해 화상 통화 중 새로운 인물이 화면 안으로 들어올 때 줌 아웃하거나 각도를 별도로 조정하지 않아도 인물에 맞게 자동으로 구도를 맞춰주는 ‘자동 프레이밍’ 기능이 있다. 화상회의 등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면에 2개의 카메라를 넣느라 노치가 생긴 건 감점 요인이다. 탭 S8 울트라의 광활한 화면 가운데 움푹 파인 부분이 있어서 자꾸 눈길이 간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