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TV토론에서는 각종 이슈를 놓고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그러나 유권자 10명 중 8명 이상은 TV토론 이후 지지 후보가 바뀌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국민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여론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1%는 ‘TV토론 이후 지지 후보가 바뀌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3일 조사됐다.
반면 응답자의 9.6%는 TV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꾸거나 새로 생겼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다섯 번째 TV토론(3월 2일) 실시 직전 이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초박빙 대혼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TV토론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은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네 차례 대선 후보 간 TV토론에서 누가 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 후보가 25.5%의 응답을 받았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16.6%로 2위를 차지했다.
‘윤 후보가 TV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답한 비율은 16.0%로 기록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13.6%로 조사됐다. 하지만 윤 후보는 TV토론에서 가장 신뢰감을 줬던 후보로 꼽혔다.
진실 공방이 치열했던 TV토론에서 ‘어느 후보의 주장이나 발언이 더 신뢰가 가는가’라는 질문에서 윤 후보가 29.3%의 응답을 얻었다. 이 후보를 꼽은 비율은 24.7%였다. 안 후보는 16.5%, 심 후보는 8.3%를 각각 기록했다.
TV토론에서 ‘잘했다’와 ‘신뢰도’가 다르게 인식됐던 셈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TV토론에서 윤 후보는 진실성이 있었으나 정치 신인이다 보니 토론의 스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반대로 이 후보는 말을 잘해 전달력은 있었지만 진실이 없었다고 유권자가 인식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후보처럼 달변이면서 임기응변에 능하고, 순발력이 있는 경우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이게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