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특별기여자 29가구 울산 정착하자 “이슬람포비아 떨치고 복음 전파” 목소리

입력 2022-03-04 03:01 수정 2022-03-06 15:44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등교할 예정인 울산 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달 9일 학부모들이 이들의 입학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국내 이슬람권 선교 협의체인 열무김치가 1~3일 부울경 지역 교회 목회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럼 포스터. 뉴시스, 열무김치 제공

최근 29가구 157명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가 울산에 정착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이들의 주거 문제와 자녀 학교 배정 문제를 두고 반발했다. 85명의 아프간 자녀 중 초등학생 28명은 지난 2일 입학식 날 등교하지 못했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교육청이 통역 등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학식이 있던 날 울산 지역 교회와 선교사들은 아프간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섬기려는 방법을 고민했다. 국내 이슬람권 선교를 위한 협의체인 일명 ‘열무김치’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부산 재송제일교회에서 부울경 지역 교회 목회자와 이슬람 선교 관심자를 대상으로 포럼을 진행했다.

열무김치는 열방에서 온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는 한국교회(김치) 선교사 네트워크의 줄임말로 2018년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설악포럼에 모인 이슬람권 선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포럼에서는 지난 2일 안드레 선교사의 ‘이슬람포비아 떨쳐버리기’ 강의가 눈길을 끌었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과 공포·혐오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다.

안 선교사는 “한국교회는 이슬람을 두려워만 하지 말고 이들을 제대로 이해해 사랑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21세기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슬람포비아가 형성된 이유로 거짓 뉴스와 소문, 할랄 등 이슬람 문화에 대한 닫힌 생각을 꼽았다. 그는 “무슬림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우리에게 편견은 가장 큰 장벽”이라고 했다. 안 선교사는 무슬림을 사랑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먼저 이슬람의 실체 바로 알기다. 그는 “샤리아법을 따르는 무리가 바로 이슬람 원리주의자인데 대부분 무슬림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환대의 문화가 있는 이슬람 문화를 이제 우리가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와 성경번역선교회(GBT) 소속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역하다 현재 국내에서 아랍 이주민을 섬기고 있다.

울산 동구 명성교회도 지난 1일 부울경 이주민선교협의회 회장이자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장인 이정기 목사를 초청해 무슬림 선교와 돌봄에 필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교회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취업한 현대중공업과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에 있다.

19년간 이주민 사역을 해온 이 목사는 “아프간 특별기여자가 들어왔지만 지역 사회의 반대가 크다. 이질적 복장의 사람들이 갑자기 눈에 띄니 이슬람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는 공포가 느껴질 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직장에 기도처를 만들고 라마단 기간에 휴가를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들었다. 한국 정서로는 용납이 안 되지만 그들 문화에선 당연한 일”이라며 “교회가 먼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 지역 사회에 전달하고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