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로 ‘바람맞았다’ 오해한 尹·安, 7분 대화로 풀었다

입력 2022-03-04 04:0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야권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안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대선 후보 4인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나고 2시간이 지난 3일 0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 후보의 전권 대리인으로 단일화 협상을 맡아온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에서 전격 회동했다. 장 의원의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는 안 후보와도 친분이 깊다.

두 후보는 만난 지 7~8분 만에 그간의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두 후보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오해는 서로 ‘바람맞았다’는 생각이었다. 이른바 ‘메신저’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두 후보의 만남을 극비리에 추진했는데, 두 후보 모두 한 번씩 갑자기 ‘만남 취소’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나올 것으로 알고 가는 도중 취소 통보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안 후보 역시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정작 윤 후보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대화 초반에 그간의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고 대화는 급진전을 이뤘다고 한다. 두 후보는 편의점 캔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강조했던 것은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며 신뢰 문제를 강조했다. 질문지가 적힌 종이를 꺼내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메모지가 뭐가 필요하겠나. 안 후보께서 날 믿고, 내가 안 후보를 믿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는 안 후보의 말에 윤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한 정부가 없었다”며 “함께 원팀이 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성공의 과실은 안 후보께 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담보 아니겠느냐. 난 5년이면 끝나지만 새로운 정부의 혜택은 안 후보께서 가져가실 것이다. 그게 담보”라고 했다.

안 후보는 “돕더라도 결국은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며 새 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를 물었다. 윤 후보는 “외람된 얘기지만 난 유능하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만 혼자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인재를 폭넓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안 후보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안 후보는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제안하면서 윤 후보 주장에 화답했다.

두 후보의 전격적인 심야 회동이 성사된 배경에는 단일화 협상 실무채널이었던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왔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 2일 오후 9시에 만나 두 후보 간 심야 회동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TV토론이 끝난 오후 10시 장 의원은 윤 후보를, 이 의원은 안 후보를 찾아 만남을 설득했다. 두 후보가 모두 ‘오케이’하면서 0시부터 새벽 2시30분까지 회동이 이뤄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