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선을 엿새 앞두고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황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사회보험료와 전기·도시가스요금도 미뤄주고 부가가치세 납부마저 연기해주는 등 현금성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지만, 지원책이 종료되고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대대적인 줄도산이 이어져 금융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날 확정된 지원책의 핵심은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의 4번째 연장이다. 시중은행, 국책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과 정부 기금인 중소기업진흥기금·소상공인진흥기금 대출이 대상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황 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다. 당초에는 6개월 시행 이후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3차례 연장됐다. 조치가 시행된 21개월간 금융권이 지원한 금액만 만기연장 270조원, 원금유예 14조3000억원, 이자유예 2400억원 등 284조4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에 대해 4~6월분 사회보험료와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6월 말까지 납부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달 종료 예정이었던 지난해 하반기 부가가치세확정신고 납부기한 일괄연장 조치도 연장이 허용된다. 홍 부총리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소상공인의 부담과 직결된 사항들에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대출은 원금이 탕감되지 않는 한 언젠가 갚아야 할 돈이다. 사실상 도산한 사업체가 억지로 사업을 이어가는 ‘좀비기업’이나 상환능력·의지가 파악되지 않는 소상공인들은 지원책이 종료되면 줄도산할 우려가 적지 않다. 사회보험료와 공과금도 한시적으로 납부를 유예해줄 뿐, 면제되지는 않는다. 3개월간 나눠서 부담했어야 할 금액을 6월 말에 한꺼번에 부담하게 될 뿐이다. 더 큰 부담이 단기간에 다가오는 만큼 정상적인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선별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영업자들에게 이달 말에 바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라면서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빚 상환 의지를 살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빚 전액에 대해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를 해주기보다는 소액씩이라도 상환하게 해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상환을 개시했을 때 차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거치기간을 부여하고 상환기간도 장기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실있는 금융정상화를 위한 연착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