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NI 올랐다는데, 체감 못하는 까닭은

입력 2022-03-04 04:06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2019~2020년 2년 연속 감소했던 1인당 GNI가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3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소득 증가는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례적 경기부양책뿐 아니라 원화 강세 효과 등이 일으킨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3만1881달러보다 10.3% 증가한 것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4.0% 증가, 원·달러 환율 3.0%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인당 GNI 4만 달러 돌파도 수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돌파한지 4년 만에 3만5000달러를 뛰어넘은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특히 해당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1인당 GNI 증가는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2020년 역성장(-0.9%)한 뒤 반등한 경제성장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세계적 경제 회복세뿐 아니라 원화 강세 때문에 달러화로 환산한 GNI가 더 커 보이는 현상도 겹쳤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4024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어난 것이다.

또 실제 가계 소득이 1인당 GNI 증가율만큼 10.3%씩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1인당 GNI는 국내총생산(GDP)에다 국민의 해외 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을 뺀 값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 소득뿐 아니라 정부가 번 돈까지 포함돼 있다.

게다가 국민이 얻은 소득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지난해 3.5% 증가에 그쳤다. 이는 경제성장률 산정에 이용되는 지표인 실질 GDP 성장률(4.0%)보다 0.5%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 GNI 증가를 국민의 실질 소득 증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소득불평등 지수 등을 감안해야 실질적인 국민 소득 증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