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연기 땐 ‘불편한 동거’ 길어진다

입력 2022-03-04 04:07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동료 비방으로 대표 자격을 박탈 당했던 심석희(25), 피해자였던 최민정(24)이 함께 대표팀에 복귀한 데다 함께 훈련할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오는 18~2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예정됐던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다음 달 초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2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13일 출국 예정이었으나 이로 인해 일정이 2주 이상 미뤄질 전망이다.

문제가 복잡한 건 현재 훈련 중인 두 간판선수 심석희와 최민정,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김아랑(27)의 관계 때문이다. 심석희는 지난해 10월 모 코치와 함께 주고받은 메시지 중 이 두 선수를 비방한 내용이 보도돼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심석희가 지난달 21일 자격정지 기한이 끝난 뒤 대표팀 복귀 의사를 밝히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자가 원치 않게 가해자와 대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심석희는 2일 입촌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대신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서 그는 “소속팀과 오랜 논의 끝에 대표팀 합류를 결정하게 됐고, 비로소 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두 선수에게 사과한다고 적었다.

피해자인 두 선수가 사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 연맹 관계자는 “심석희가 사과를 앞세워 개인적 접근이나 만남 시도를 못 하게 방지해 달라고 최민정의 소속사가 요청해왔다. 그전에 이미 (코치진에) 따로 주의를 내렸다”면서도 “계주 훈련 등에선 현실적으로 선수들이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합숙 중이기에 숙소에서도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긴 어렵다.

지난 2일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김아랑에겐 대회 연기가 나은 점도 있다. 7일 격리 뒤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