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20년 넘게 사역해 오던 정한규(62) 선교사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성도 80여명을 뒤로한 채 루마니아 국경으로 향해야 했다. 우리나라 외교부가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정 선교사는 루마니아에서 그동안 동역해 온 현지 전도사와 전화로 소통하며 오데사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복귀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정 선교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 전도사와 통화할 때 수화기 너머로 폭격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양들을 불구덩이에 두고 울타리를 넘어온 목자 같아 고통스럽다. 속히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피난민들이 추위와 생필품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 한해서라도 입국을 허용해 피난민을 도울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 선교사는 지난달 26일 루마니아 국경 갈라치 지역으로 이동해 피난민 지원 사역을 시작했다. 2일엔 국경 지역 이삭차로 자리를 옮겨 피난민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우크라 안전지역서 피난민 도왔으면…”
입력 2022-03-04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