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예술계 주요 후원자부터 세계적 음악가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이 잇따라 서방 문화계 요직에서 물러나고 있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2일(현지시간) 주요 후원자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이 2002년부터 유지해온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해당 결정의 이유는 내놓지 않았지만 미술관 측 성명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언급됐다”며 “포타닌은 푸틴 대통령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구겐하임은 포타인의 사임을 설명하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민에 대한 부당한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타닌은 세계 최대 니켈생산기업인 러시아 광산업체 노르니켈 회장으로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 태생 표현주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전시회를 비롯해 여러 행사를 후원해왔다. 워싱턴 소재 존 F 케네디 센터에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독지가다.
이날 영국에서는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 알파방크 대표 페트르 아벤이 런던 왕립미술아카데미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그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푸틴의 최측근 과두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독일 뮌헨시는 2015년부터 뮌헨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맡아온 러시아 출신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와의 계약을 1일자로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입장을 지난달 28일까지 표명해 달라는 뮌헨시 요청에 침묵하며 사실상 거절했다. 게르기예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을 지지한 바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대표적 오케스트라 로테르담필하모닉에서도 같은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하모닉 공연에도 서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 공연에서 자진 하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