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찰, 우크라 대사관에 꽃 놓으려던 아이들까지 구금

입력 2022-03-04 04:07
러시아 모스크바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꽃을 꽂으러 갔다가 구금된 한 소녀가 1일(현지시간) 호송차 철창 너머 누군가의 손을 잡고 울고 있다. 알렉산드라 아르키포바 페이스북 캡처

러시아 경찰이 ‘전쟁 반대’를 외치며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 꽃을 놓으려던 아이들마저 구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가 반전 시위를 하는 시민에 대해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는 옥중에서 러시아인들의 반전 시위를 촉구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주립대 인문학자인 알렉산드라 아르키포바는 전날 페이스북에 “아이들이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꽃을 꽂으러 갔다가 모두 구금됐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전쟁 반대’라는 포스터를 들고 헌화하는 평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경찰 당국은 7~11세 사이 아이들 5명과 이들 부모 2명을 모두 체포했다. 경찰서로 이송한 뒤 휴대전화를 뺏고 아이들과 부모를 분리시켰다. 러시아 경찰은 아이 엄마에게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키포바가 공개한 영상에는 한 소녀가 호송차 철창 너머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언제 여기서 나갈 수 있는지 물으며 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진에는 경찰 호송차에 올라탄 아이 3명이 두려운 듯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소식을 공유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푸틴은 아이들과 전쟁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안의 유치원과 보육원에는 미사일이 떨어졌고, 러시아에선 전쟁에 반대하는 아이들을 구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예술가이자 활동가로 알려진 옐레나 오시포바(77)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끌려간 바 있다. 인권감시단체 ‘OVD-info’는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반전 시위로 체포된 시민이 7602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인사 나발니는 “우리는 TV에서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실제 위협을 보고 있다”며 “당신이 어디에 있든 매일 오후 7시, 주말과 휴일은 2시에 광장으로 나가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모스크바 외곽 블라디미르주 파크로프 제2교도소에 갇혀 있는 나발니는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모든 러시아인이 전쟁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겁에 질려 침묵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지 말자”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