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통합과 정치교체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입력 2022-03-04 04:03
사전투표 직전 성사된 尹·安 단일화
제3지대 한계, 양당정치 높은벽 확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극복 계기되길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선 구도가 요동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틀 전인 1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발표했다. 16만1000여명이 참여한 재외국민투표가 끝난 상황에서 이뤄진 단일화였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늘 중요한 변수였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날 선 공방을 벌이던 후보들이 사전투표 시작 직전 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층은 정권교체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다고 반색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단일화가 화룡점정이 됐다는 논리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층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이 나뉘면 단일화 효과가 미미할 것이고 여권 지지층 결집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도 양당 정치의 높은 벽이 재확인됐다. 출마 이후 줄곧 기득권 양당 정치를 비판해왔던 후보들이 결국 지지율 1, 2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제3지대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선거 막판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단일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결국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주목하고 싶은 대목은 후보들이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단일화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국민통합정부’를 강조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겠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정치교체와 공동정부’를 내세웠다. 두 후보는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등을 포함한 개헌,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의 정치개혁안에 합의했다. 후보들이 약속을 실천하면 우리 정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들 간 많은 단일화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합의문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이번 합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잔뜩 담았을 수 있다. 국민통합과 정치교체의 약속이 흐지부지된다면 우리는 다시 실패한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다.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후보들이 남발하고 있는 퍼주기 공약이 아니다. 국민을 통합하고 정치를 개혁해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통합과 개혁의 중단 없는 실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