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가 사는 마을

입력 2022-03-04 04:06

동네에서 탐조 모임을 한다기에 무작정 신청했다. 모임 장소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이었다. 안내자는 겨울철에 볼 수 있는 새가 그려진 탐조 기록지를 나눠주며, 탐조란 무엇인지 앞으로 만날 새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소개해주었다. 그러면서 탐조 모임을 통해 비인간 동물인 새와 인간 동물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탐조가 시작된 후에도 새를 만나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분명 어디에선가 소리는 들리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새를 발견하더라도 망원경을 들면 날아가 버리고 도감을 보는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빨리 발견해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조급했다. 그래서일까. 새와 관계를 맺는 일은 자꾸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중에는 동행인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새 소리를 따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조금씩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치, 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참새, 까치, 그리고 침엽수를 좋아하는 작은 상모솔새와 검고 붉은색이 매력적인 오색딱따구리를 만났다.

탐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아침 풍경과 달랐다. 모임 한 번으로 나의 감각과 인식이 바뀌지 않을 테지만, 익숙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만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그런데 성미산에서 만났던 새들을 떠올리면 근린공원 조성사업으로 곳곳에 나무가 파헤쳐진 풍경도 동시에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아름다웠던 딱새 소리는 산어귀에 ‘공원이 아닌 숲’을 원한다고 적힌 주민의 팻말과 겹쳐 연상됐다.

새와 나, 우리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존재들로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처음보다 덜 어긋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미래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려운 물음이지만, 어떻게든 살아서 내년에도 만나기를 바라본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