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TV토론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범죄에 대해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에서 “저희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당 역시 피해 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여성 정책에 관한 질의와 토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다”면서 “국민 회초리의 무서움을 알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포문은 윤 후보가 토론 시작과 함께 열었다. 그는 “기본소득 같은 보편 복지를 현금으로 하게 되면 1년에 (1인당) 100만원만 해도 50조원이 들어간다”며 “탄소세다, 국토보유세다 하면서 증세를 하면 결국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기본소득 비판을 자주 하는데,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소득을 한다고 들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되물었고,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말한 기본소득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이 후보는 “‘사과’라고 하면 사과지, ‘내가 말한 사과와 다르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페미니즘 논쟁으로 역공을 펼쳤다. 그는 “윤 후보는 저출생 원인을 이야기하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 교제가 잘 안돼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의 하나로 여성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성인지 예산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이 30조원인데 일부를 떼면 북핵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 성인지 예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예산 중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차원으로 만들어 놓은 예산인데, 지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성인지 예산은 범죄 피해자 지원 사업과 한부모 지원 사업 등을 다 포함한 것”이라며 “나라살림 행정에 대해 모르고 마구 말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윤 후보에게는 여성 정책을 제대로 코멘트해 주는 사람이 이준석 대표 외에는 없냐”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증세 문제를 놓고 이 후보와 공방을 벌였다. 심 후보가 복지 재원 마련과 관련해 “증세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저희는 증세를 할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가 “이 후보가 증세 얘기를 하는 저더러 ‘좌파적 관념’이라고 하고 ‘증세는 자폭 행위’라고 발언할 때 놀랐다”고 했고, 이 후보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지어낸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와도 충돌했다. 심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와 주식양도세를 5년간 60조원 감세하면서 복지를 늘리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가 수치를 들어 반박하자 심 후보는 “거짓말”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그렇게 근거도 없이 말하지 말라. 자료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하든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