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서방 분열? 푸틴은 틀렸다… 자유세계가 책임 묻겠다”

입력 2022-03-03 04:03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침공 대응을 두고 서방 세계가 분열할 것이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이들 국가는 단결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세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푸틴은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몇 달간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의 연합체를 구축했다며 “이제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했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방안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앞서 EU와 캐나다가 내린 영공 폐쇄 조치에 합류했다.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켜 경제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 재벌을 향해서도 총구를 겨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이 폭력적 정권에서 수십억 달러를 사취해온 러시아의 재벌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한다”며 “러시아 재벌의 범죄를 쫓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가지러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처럼 서방은 과거에 볼 수 없던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러시아의 목을 조이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을 준비 중인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벨라루스군 수뇌부 4명과 군수업체 2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도 곧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24일 해외자산통제실(OFAC)을 통해 24개 벨라루스 개인·단체에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으며, 호주도 국방장관을 포함한 13개 개인·단체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옥산나 마르카로바 워싱턴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는 모습. AP연합뉴스

EU는 이날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제2은행인 VTB방크 등 러시아 은행 7곳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제재를 시행했다.

푸틴 대통령의 홍보 채널 역할을 해온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들도 잇따라 퇴출됐다. 미국의 위성·인터넷 TV 서비스업체인 디렉TV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와의 관계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EU도 전역에서 RT와 스푸트니크통신 접속을 제한한다. CNN은 이 조치들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한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프레임을 유포할 크렘린궁의 역량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의 자산은 무려 1조 달러(1205조원)에 육박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은행들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투자자들이 루블화 폭락을 우려해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외화를 인출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대응 과정에서 올해 1000억 달러(120조원)를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제재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