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A씨(31)는 2일 유가정보앱 ‘오피넷’으로 주변 주유소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마지막으로 기름을 넣은 2~3주 전만 해도 ℓ당 1715원이었던 휘발윳값이 어느새 1839원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유류세가 인하될 때는 애써 모른척하더니 국제유가가 오르니 슬그머니 기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휘발윳값이 연일 치솟는 가운데 주유소들의 가격 책정 행태를 놓고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2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전날보다 3.77원 오른 1767.09원, 서울은 3.68원 오른 1831.46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주유소들의 휘발유 가격 책정 방식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주유소들이 가격 인하 요인이 있을 땐 (가격을) 덜 내리고, 인상 요인이 있을 땐 더 올린다”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감시단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들은 실제로 이 같은 행태가 의심되는 가격 책정을 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11월에는 정부가 유류세를 20% 인하했지만 이를 반영한 주유소는 많지 않았다. 인하 첫날에는 전날 대비 1원도 내리지 않은 주유소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시행 한 달이 지난 12월에도 유류세 인하분을 온전히 반영한 곳은 전체 주유소의 41%에 불과했다.
당시 주유소들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은 선납선출 방식에 의해 판매됨으로 유류세가 인하됐다고 해서 주유소 휘발윳값이 바로 내려가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유류세 인하 전 구매해온 ‘비싼 기름’을 소진하고 나서야 싸게 팔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주유소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즉각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심지어 국내 국제 유가보다 휘발윳값을 더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단 분석 결과를 보면 2월 국제휘발유 가격은 ℓ당 68.6원 인상됐지만 국내 주유소는 72.17원을 인상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직영주유소와 달리 가맹주유소의 경우 개인사업자인 만큼 통제가 어려워 가격 괴리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시단의 이서혜 연구실장은 “정부에서 수많은 주유소에 대해 일일이 가격을 제시하거나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정유사는 소비자 부담 증가를 고려해 마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