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받은 여성 과학자의 삶으로 본 유전자 혁명

입력 2022-03-03 19:13

“최첨단 연구를 출판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내면서도 여성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홍보의 의미가 담긴 단어를 남성에 비해 21퍼센트 적게 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러한 경향의 결과로, 이들의 논문이 인용될 확률이 10퍼센트 낮아진다.”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은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을 쓴 신작 ‘코드 브레이커’에서 이렇게 꼬집는다. 세상을 바꾼 과학자인데도 다우드나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고등학교 진학 교사에게 “대학에 가서 화학을 전공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심지어 과학계의 유명 인사가 된 후에도.

다우드나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 시스템을 처음으로 규명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유전자 편집기술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 나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진단 및 치료 연구에 활용된다. 저자는 “다우드나는 과학자라면 갖춰야 할 협업 정신을 타고났으면서도, 모든 위대한 혁신가가 그렇듯 본성에는 경쟁적 성향을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다우드나는 용암석 사이에서 ‘잠자는 풀’(미모사)을 찾고, 동굴 안에서 눈 없는 거미를 발견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다 준 한 권의 책이 생명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여자도 과학자가 될 수 있구나”라고 다우드나는 돌이켰다.

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 다우드나의 성장기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사를 엮어냈다.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윤리·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유전자를 편집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게 하는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이를 사용하는 게 잘못일까, 사용하지 않는 게 잘못일까.

저자 아이작슨은 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다. 1952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 워싱턴DC의 초당파적 교육·정책 연구기관 에스펀연구소 대표, CNN 회장,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툴레인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이노베이터’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