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 태어난 2015년생 ‘코로나 입학식’

입력 2022-03-03 04:05
2일 한 교사가 경기도 수원 매여울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에게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가기 싫다며 터덜터덜 걷던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곧이어 다른 아이 하나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야! 넌 몇 반이야?” “3반이야.” “난 1반 아깝다.” 두 아이 엄마들이 천천히 다가와 목례한 후 “역시 친구네요”라며 웃는다. 교문 지도를 하던 머리 희끗한 학교 보안관이 “친하네요”라며 말을 붙이자 엄마들이 “유치원 동창인데요. 졸업식 뒤 처음 봐요”라고 말한다.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9시30분. 세종시 참샘초등학교 교문 앞은 신입생과 학부모들로 시끌벅적했다. 참샘초는 1·2학년, 3·4학년, 5·6학년을 묶어 시차를 두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상등교’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2~6학년은 1시간 전에 등교해 수업을 받고 있었고 신입생들만 이 시간에 교문에 모이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학부모는 “수업 끝나면 방과후교실 갈 거야 알겠지? 어제 엄마가 얘기한 거 다 기억하지?”라고 묻자 아이는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손짓하는 교사에게 달려가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교사들도 분주했다. 교문에서 학생을 교실로 인솔하고, 현관 앞에서 열을 재는 등 역할을 분담해 학교가 낯선 아이들을 맞았다. 학부모들로 혼잡한 가운데 씩씩하게 홀로 등교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가 두리번거리자 한 교사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몇 반이니?”라고 묻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들어갔다. 교사가 다정하게 이끌어주자 아이는 다시 씩씩해진 표정이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2015년생이다. 메르스 사태가 있던 해 태어나 첫 단체생활이었던 유치원·어린이집에선 마스크와 거리두기부터 배웠다.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학부모 임모(38)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명이 넘었고 또 앞으로 얼마나 악화될지 모르는데 학교 보내는 게 맞는지 아직 고민이다”면서도 “다른 것보다 친구 관계가 중요하니 선생님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늘 아이가 재밌었다고 하는 걸 보니 일단 잘한 듯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방과 후 학부모들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오늘 신발장에 신발 넣기, 입구에서 손 소독하기, 행거에 옷 걸기, 자기자리 찾기, 화장실 가기, 번호대로 줄서기, 급식 먹기 등을 했습니다. 학교가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깊은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