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제정신인지 파악하라” 미 정보당국 최우선 과제로

입력 2022-03-03 04:03 수정 2022-03-03 04:03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긴 책상 앞에 앉아 참모들과 몇 m씩 떨어져 회의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뚜렷한 정신 상태인지 분석하는 것이 현재 미국 정보 당국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서방을 향해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한 데다, 수세에 몰리자 민간인까지 희생시킨 군사 작전을 지시한 푸틴 대통령이 현재 정상적인 심리 상태인지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도 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한 정보원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최근 행동이 매우 우려스럽고 예측할 수가 없다”며 “서방의 제재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드러냈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정신 건강 상태가 온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정보를 더 공개하고 싶지만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푸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러시아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파울 전 대사도 “푸틴이 현실 감각을 잃었다. 제정신이 아니다(unhinged)”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권위적인 성향 탓에 푸틴 대통령이 정확한 현실 판단과 판단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푸틴 대통령의 회의 개최 사진에서 푸틴 대통령이 내각·참모들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장면이 언급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극소수 참모에게만 조언을 듣고 있으며, 이들은 전황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원래부터 감정적인 성격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참모였던 베스 새너는 “푸틴이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 최근 발언이 매우 삭막하긴 하지만, 푸틴은 원래 그런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측근들을 배제한 것처럼 보이며, 이로 인해 정치적 위험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통치를 위해 소수 엘리트 측근에 의지하게 마련인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이 특히 전시에 측근들과의 관계가 삐걱대는 것은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