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일부 병력이 전투를 피하기 위해 집단으로 항복하거나 고의로 군용 차량을 망가뜨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연료 부족과 식량난으로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군이 놀랍도록 견고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부닥쳐 싸워보지도 않고 무기를 내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 상당수는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 징집병들”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어 “이들은 교전을 피하기 위해 항복하거나 일부러 차량 연료탱크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 국방부가 어떤 경로로 러시아군의 실태를 파악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 관리는 “이러한 요인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로 진군하는 러시아군 호송대 행렬이 지난 이틀 동안 거의 기어가다시피 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업위성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28일 촬영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 북쪽에서 키예프 외곽까지 늘어선 러시아군 호송대 행렬은 40마일(64㎞)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호송대 이동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근 도로에 차량 정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리는 “러시아 사령관들은 연료, 식량, 예비물품이 부족한 문제를 다루는 것 외에도 며칠 내에 키예프를 포위·점령한다는 전투 계획을 다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은 벨라루스에 주둔하는 러시아군 내 공급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 일부 병사들은 벨라루스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동안 식량과 연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의 한 관리는 “미국은 동맹국에 러시아가 공급망 문제를 2월 중순까지 해결했다고 말했다”며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2월 중순 침공을 강하게 경고했던 근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호송대의 느린 행렬은 공급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