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만 10~13세 소년은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만 하는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소년 범죄에서 처벌과 교화 중 어느 게 더 중요한지 논란도 뜨겁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형사합의부 판사들의 이 같은 고뇌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작품은 1일 기준 TV시리즈 글로벌 순위 7위에 올랐다. 비평사이트 IMDB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했다.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심은석(김혜수)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다. 그는 소년범을 혐오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소년범에 대한 혐오를 그리지 않는다. ‘소년이기 때문에’라며 면죄부를 주지도 않는다. 우리 사회가 소년 범죄를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판사들도 소년 범죄를 대하는 태도가 제각각이다. 차태주(김무열) 좌배석 판사는 소년들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 나근희(이정은) 부장판사는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재판은 속도전이 돼야 한다고 여긴다. 강원중(이성민) 부장판사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여론에 반대한다. 그는 처벌보다 교화를 중요시한다.
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소년심판’은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과연 적절한 답인지 의문을 던진다. 극에서 다루는 소년 범죄는 흉악하고 잔인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초등생 유괴·살인 사건을 비롯해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이 한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 여학생 집단 성폭행 및 불법 동영상 촬영 사건 등을 다루면서 소년 범죄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심은석은 소년범에게 범죄에 따른 책임을 가르치는 게 법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쟤들 커서 더 큰 범죄자가 되면 그땐 누가 책임집니까. 보여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라고 외친다. 강원중은 “미국에서 소년범 처벌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재범률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있다”며 “소년범의 초점은 교화야”라고 맞선다.
소년의 범죄는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심은석은 법정에서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할 겁니다”라고 소년범 보호자에게 일침을 가한다. “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식도 변하지 않는다”며 때로 보호자 교육도 명령한다.
소년 범죄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회 문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소년 범죄에 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아시아권 국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법정 드라마로서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