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가 과열된 이번 대선 국면에 수사기관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무수한 고발장이 접수돼 쌓이고 있다. 사실관계의 매듭을 풀 만한 내용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대부분은 선거의 혼탁함만 더할 ‘남(濫)고소·고발’이란 지적을 받는다.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사법의 영역에 맡기는 일이 반복되면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진영의 앙금이 남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우려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제기된 고발은 드러난 것만 각각 수십건에 이른다. 과거엔 검찰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고발 통로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 후보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부실수사 의혹과 신천지 수사 직무유기 의혹 등으로 고발당했다. 형식적이지만 피의자 신분인 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수 고발은 검찰이 수사하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파생됐다. 양측은 검찰 수사에 기초한 상대의 주장을 마타도어나 ‘지라시’로 규정하며 강경한 해명이나 대응 형식으로 수사기관을 찾았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측이 대장동 사건 녹취록을 왜곡 편집해 공언했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민주당은 윤 후보 측의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해명이 허위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양측은 보도나 게시물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 사안에 따라 시민단체끼리의 대리전 양상으로 옮겨붙기도 한다. 고발장 혐의들은 허위사실공표, 후보자비방, 명예훼손 등이다. 김건희씨의 ‘쥴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낙상사고와 관련해 이 후보 이미지를 합성한 네티즌이 고발 대상이다.
고발인들은 의혹 제기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반복되는 고발은 네거티브 선거의 연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기적으로 뭔가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리라고 생각하면서 고발을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평소 남고소·고발에 대한 개선책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지난해 8월 ‘각하 대상 고소·고발 사건의 신속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고발장 접수를 막을 길이 없고 중립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처분은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형사소송법상 ‘피고발인’ 신분을 만들어 바로 피의자가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조민아 이경원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