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또 근로자 사망… 2010년 이후 30명째 ‘비극의 사슬’

입력 2022-03-03 04:02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냉연공장에서 2일 오전 50대 근로자가 공장 내 대형용기(도금 포트)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당진소방서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50대 근로자가 460도 고온의 도금용 대형 용기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계에서 ‘죽음의 공장’으로도 불리는 당진제철소에서는 2010년 이후 사고로 숨진 노동자만 30명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2일 “이날 오전 5시20분쯤 현대제철 당진 1냉연공장에서 낙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즉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11번째 법 적용을 받게 된 사건이다. 경영책임자는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다.

현대제철 도금생산 1부 소속 정규직 기술사원인 최모(56)씨가 당진제철소 안에 있는 도금용 대형 용기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금용 대형 용기는 철판 코딩을 위해 바르는 고체 상태의 도금제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 가열하는 데 쓰이는 설비다. 최씨는 도금 과정에서 발생한 찌꺼기를 제거하다 중심을 잃고 용기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최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당시 도금 용기 내부 온도는 460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앞서 2020년 2월에도 이 회사 포항공장에서 노동자가 1500도 쇳물이 담긴 용광로에 빠져 즉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최씨가 도금 용기로 진입할 당시 안전장치 등이 갖춰져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당진제철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30명에 이른다. 2013년 한 해 동안 10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 그해 5월 아르곤 가스 누출로 노동자 5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5월 8일에는 당진제철소에서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에 고용부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특별감독을 벌이기도 했는데 불과 10개월 만에 사망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특별감독 직후 설비에 대한 출입절차를 강화하고 일상 점검체계도 1인 근무에서 2인 1조로 개선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허망한 안전사고를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고용부 특별감독이 모두 허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제철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대책 마련과 안전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주요 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 중대재해법이 엄정하게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