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오락가락 방역지침으로 관련 예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역패스 적용이 해제됐지만 소상공인에게 지급될 관련 예산은 10%도 쓰지 못하고 남아돌고 있다. 지난해 과다책정된 소비쿠폰 예산 일부도 올해로 이월됐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하면서 QR코드 확인 절차가 사라졌다. 하지만 소상공인에게 QR 단말기 등을 구입하는 데 쓰라고 지급하는 ‘방역물품 지원금’에는 예산 1145억원이 편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3대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방역패스 적용 대상 16개 업종을 운영하는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최대 10만원의 방역물품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QR 단말기나 손 세정제, 마스크, 체온계, 칸막이 등을 구입한 뒤 신용카드 전표나 현금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최대 10만원까지 비용을 보전해 주는 성격이다.
당시에도 이미 QR 단말기나 체온계를 구비해 놓은 소상공인이 많았는데 정부가 불필요한 예산을 쓴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가 정한 지원금 산정 시점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였는데, 그 이전부터 이미 대부분 소상공인은 QR 단말기나 체온계 등 방역물품을 갖춰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마스크나 소독제 등 방역물품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물품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방역물품 지원금의 집행 실적은 저조하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역물품 지원금에 쓰인 예산은 120억원 정도다. 전체 예산의 10%가량만 쓴 것이다. 당초 지난달까지였던 지원금 신청 기간도 한 달 더 연장했다. 수요를 잘못 예측해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원금 신청을 받은 뒤 지원 대상이 맞는지, 어떤 물품을 샀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청 금액과 실제 집행 금액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을 기점으로 재개된 소비쿠폰 예산도 다 쓰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됐다. 전체 5500억원의 예산 중 숙박, 실내체육시설, 프로스포츠 분야의 예산 약 400억원이 남았다. 정부는 남은 예산을 코로나19 피해 분야를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오미크론 여파로 계획했던 소비 활성화 정책도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상반기 중 교통, 숙박, 유원시설 할인 등을 연계한 ‘일상회복 특별 여행주간(가칭)’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도나 고속버스 이용권 할인, 놀이공원 입장권 할인, 숙박쿠폰 지급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2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반기 내 여행 관련 사업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 입장에서 편성된 예산은 최대한 집행하는 게 원칙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예외적이라 집행 시기가 조정되는 점은 있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나면 일상회복과 관련한 예산이 다시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