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산물의 한전공대 개교… 기대보다 우려 크다

입력 2022-03-03 04:03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이 2일 개교했다.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나주혁신도시에 들어선 이 대학은 학생 157명, 교수 48명으로 첫발을 뗐는데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엔 학생 1000명, 교수 100명 규모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입학식 영상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 에너지 강국으로 새롭게 도약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개교 의미를 부여했다. 윤의준 총장은 입학식에서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 공과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40만㎡의 광활한 부지에 4층짜리 강의·행정동 한 동만 덩그러니 있고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주변에선 기반 공사가 한창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 개교 약속을 의식해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밀어붙인 결과인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시설을 순차적으로 지을 예정이라지만 이런 상태로 학교가 정상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소재 대학들 상당수가 존폐 위기로 몰리는 상황에서 한전공대가 계획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립 및 운영비 조달도 문제다. 2031년까지 1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을 부담할 한전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46조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운영비를 충당하게 했지만 자칫 투자에 차질이 생길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카이스트,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에너지 관련 학과를 둔 이공계 특성화 대학과 일반 대학들이 여럿 있는데 한전공대를 만든 것은 중복·과잉 투자란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적 고려의 산물인 한전공대의 개교를 지켜보는 마음이 무겁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