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이파크 붕괴’ 두 달… 수사는 제자리·현산은 수주 행진

입력 2022-03-03 04:06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뉴시스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두 달이 다 돼가지만 붕괴사고의 구체적인 원인 규명과 책임자 신병 처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붕괴사고 이후 29일 만인 지난달 8일 사망자 6명의 시신이 모두 수습된 이후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현장소장과 하청업체·감리사 관계자 등 60여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대질신문은 물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관련자의 과실 책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경찰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 등과 합동 실시한 현장감식을 토대로 한 과학수사도 수사력의 한계만 노출하고 있다. 경찰은 이후에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의 분석보고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산 측이 붕괴된 201동 옥상층인 39층 콘크리트 타설에 앞서 하부 3개층 동바리(지지대)를 서둘러 제거하고 대신 역보(수벽)를 무단 설치한 공법 변경과 짧은 기간 강행한 콘크리트 양생 불량을 직접적 1차 사고원인으로 꼽았다. 그런데도 아직 국과수와 조사위 등 전문기관 분석결과 통보를 기다릴 뿐 과실 책임 입증과 실질적 증거 확보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적인 수사결과 중간발표도 매끄럽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한국건설품질연구원 분석 결과를 전제로 그동안 추정해온 붕괴 원인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불과 3~4시간 만에 이는 자문위원의 개인 의견이라고 말을 바꿨다.

시공사인 현산 측은 “하청업체 동바리 철거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있다”면서도 붕괴사고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재하도급 의혹도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산 측은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재건축 사업 수주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현산은 사업비 4240억원의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에 이어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따냈다. 월계동 동신 재건축 사업은 지상 12층, 7개동, 864가구를 지하 4층∼지상 25층, 14개 동, 107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2826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붕괴사고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끔찍한 붕괴 참사를 벌써 잊은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된 화정아이파크 201동 건물은 완전히 철거할 경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산 측은 201동에 쌓여있는 낙하 위험 잔해를 제거하는 데에만 최소 3~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붕괴된 23∼38층 구조물 철거에 최소 7~8개월, 나머지 부분인 1~22층도 철거할 경우 17~18개월이 추가로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