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세계 교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으로 교회 간 교류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회들은 전쟁 중단을 촉구하면서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에도 나섰다.
2일 ‘세계기도정보’에 따르면 전쟁 당사국인 두 나라는 모두 정교회 전통이 강하다. 러시아인 64%, 우크라이나인 61%가 정교회 신자다. 양국 정교회는 1948년 창설된 세계교회협의회(WCC)에도 가입돼 있다. WCC는 개신교와 정교회의 연합체로 회원 교회 중 30%가 정교회다.
WCC는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한 과오를 답습하지 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친밀함을 회복하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평화를 되찾으라”고 호소했다. 세계적 기독교 국제 구호 기구인 액트 얼라이언스는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헝가리 국경에 구호소를 설치하고 난민 지원에 나섰다.
전쟁으로 반러시아 정서가 확산하면서 오는 8월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리는 WCC 11차 총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교적 영성은 정치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현주 WCC 중앙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와 국가 권력이 하나 될 때 십자군과 십자가를 혼동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정교회의 영성은 푸틴과 친분이 깊은 현 키릴 대주교에 있는 게 아니라 정교회 신앙에 뿌리내렸던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조시마 장로 같은 이들의 영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시마 장로는 완벽한 성인의 모델로 회자돼 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