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李 당선 위해 운동화 끈 묶겠다”… 李, 단일화 나비효과 기대

입력 2022-03-03 04:02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사퇴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신발끈을 묶겠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교체론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합류로 탄력을 받게 됐다. 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1%도 안 된다. 하지만 김 후보의 가세로 이 후보의 통합정부·정치개혁 구상이 신뢰성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민주당 선대위의 판단이다.

김 후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후보직을 내려놓는다”며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어 “오늘부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 마음 무겁게 받들겠다”며 “반드시 승리해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이 염원하는 정치교체를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사퇴는 1일 이 후보와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동선언에는 20대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새 정부 출범 1년 내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 조항이 담긴 개헌안 마련,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정치개혁법안 국회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합류 자체가 이 후보 지지율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후보 지지율이 높지 않은 만큼 현재 구도를 뒤흔들 만한 큰 변수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김동연 단일화가 낳을 나비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재명의 통합정부·정치개혁이 진정성이 있다’고 말해 줄 증인을 확보했다는 의미는 크다”며 “아직 이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신뢰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안 후보와 심 후보 지지자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군소정당 후보들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돼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후보는 1일 서울 명동 유세에서도 “민주당은 그간 양당 독점체제에 의존하면서 많이 부족했다”며 “이제 당론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백(back)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측은 안철수·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 또는 정책 연대가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치개혁 드라이브의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안철수·심상정 후보에게서 정치교체 담론에 관한 긍정적인 발언만 나와도 윤 후보를 포위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후보의 합류가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중도층에선 경제 전문가가 굉장히 영향을 끼친다”며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가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