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사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함께 대표적인 ‘친푸틴 예술가’로 꼽힌다.
네트렙코는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극장을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서 “지금은 음악이나 공연을 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기로 했다. 내게 매우 어려운 결정이지만, 관객들이 이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네트렙코는 이달에만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극장에 출연이 예정돼 있었지만 모두 취소를 통보했다.
네트렙코는 2012년 푸틴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 당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지난달 25일 덴마크 아르후스에서 예정됐던 리사이틀이 현지 여론 악화로 취소됐다.
네트렙코는 이튿날 페이스북 등에 “나는 이 전쟁을 반대한다. 나는 러시아인이고 조국을 사랑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많은 친구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예술가를 비롯한 공적 인물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말하거나 조국을 비난하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서구 공연계에서 네트렙코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네트렙코가 전쟁에는 반대했지만, 푸틴 지지까지 철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 언론은 “네트렙코가 전쟁을 비판했지만 자신의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