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잃은 푸틴의 폭주… 민간인에 무차별 폭격

입력 2022-03-02 04:01 수정 2022-03-02 04:01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로 의심되는 로켓포로 우크라이나 대도시 민간지역을 연일 폭격했다. 공세를 이어갈수록 승기를 잡기는커녕 수세에 몰리고 협상도 여의치 않자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초토화 작전’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1일(현지시간) 오전 8시쯤 북동부 하르키우 중심부 지방정부청사 바로 앞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르키우는 약 150만명이 사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공격이 하르키우 주정부 지도부를 살해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폭발은 거대한 불덩이를 만들어내며 자유광장을 지나는 차량 여러 대를 집어삼켰다”고 묘사했다. 우크라이나 응급구조국은 페이스북에서 “오페라하우스, 필하모닉 극장, 대형 아파트 일부는 물론 정부청사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양국 대표단이 벨라루스에서 첫 협상을 진행하던 전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주택가를 폭격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현장에서는 자녀 3명을 포함한 가족 5명이 차 안에서 불 타 사망하는 등 최소 9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하르키우 주거지 폭격이 ‘집속탄을 사용한 무차별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대사는 진공폭탄(열압력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소형폭탄 여러 개가 들어가 있는 대량살상무기다. 진공폭탄은 주변 산소를 빨아들여 고온의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로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린다. 둘 다 국제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13명을 포함해 최소 136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치명적 무기를 동원한 민간지역 공격은 러시아의 조바심을 보여준다. NYT는 “(지금까지) 그들(러시아군)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28일 하르키우가 로켓포에 맞았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NBC방송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군의 더딘 진격에 좌절하며 측근들에게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한 더딘 진격에 실망해 전술 재평가를 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신청서에 서명한 뒤 유럽의회 화상연설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증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첫 협상을 빈손으로 마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일 2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철수를, 러시아는 ‘서방 동맹 미가입’ 명문화와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