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를 비롯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중단된 1일 서울 종로구 한 찜질방 직원은 입장하는 손님에게 “QR인증 안 해도 됩니다. 바로 들어오세요”라고 안내했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꺼냈던 손님들은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자영업자는 방역패스 제도가 사라진 첫날 “업무 부담이 줄고 손님과의 실랑이 걱정이 사라졌다”면서 반겼다. 하지만 QR인증 기기를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둔 곳도 상당수였다. 감염 우려 탓에 곧바로 치우지 않고 손님들이 최대한 자율적으로 방문 인증을 할 수 있도록 놔두겠다는 얘기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60대 정모씨는 “막상 아무런 절차 없이 입장시키려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그대로 QR인증 기기를 두기로 했다”며 “손님들이 알아서 방역 인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네이버·카카오가 이날부터 QR코드 생성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질병관리청 쿠브(QOOV) 앱을 통해서만 인증이 가능하다.
애초 정씨는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쪽이었다. “백신 안 맞으면 당구도 못 치냐”며 항의하는 이들도 허다해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방역패스 중단으로 한시름 덜긴 했지만, 무섭게 퍼지는 오미크론 변이도 걱정이다. 그는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갈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주점을 하는 30대 한모씨도 “QR기기는 당분간 놔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잠정 중단’ 꼬리가 붙은 방역패스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곧바로 치우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아직 상황을 살피는 곳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볼링장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본사 차원에서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지시가 올 때까지는 방역패스를 유지하면서 분위기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출입했는지 알 수 없게 되자 자영업자들은 자체 방역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방역패스를 확인할 때보다 지금이 더 걱정된다”며 “수시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마스크 착용 단속을 더 철저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려 목소리도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방역패스 중단을 반겼다. 종로구의 한 당구장 사장 고재욱(55)씨는 “QR코드를 사용할 줄 모르는 손님과 더 이상 실랑이 하지 않아도 돼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65)씨도 “확진자 급증을 보면서 방역패스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었다”라며 “진작 없어졌어야 할 지침”이라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