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월드컵을 개최했던 러시아가 세계축구계에서 퇴출된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데 따른 조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일(현지시간) “향후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가대표팀과 구단 등 모든 러시아 팀의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주관 대회 중 러시아 국가명과 국기·국가 사용 금지를 결정한 데서 크게 나아간 조치다.
이날 성명은 FIFA 사무국과 UEFA 집행위원회의 긴급 결정이다. FIFA는 “축구계는 우크라이나에서 (침공의) 영향을 받은 이들과 단합하고 연대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나아져 축구가 다시 사람들 사이 단합과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파장은 크다. 러시아 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두고 24일 폴란드와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를 계획이었다. FIFA가 이번 제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몰수패가 결정돼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수치스러운 결과다.
정치적 이유로 FIFA가 회원국의 월드컵 출전을 금지한 건 1994 미국월드컵 유고슬라비아의 사례 뒤 28년 만이다. 당시 유고슬라비아는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등이 얽혀 ‘인종청소’가 벌어진 보스니아 전쟁과 관련해 유엔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RPL) 소속 팀은 프로구단으로서 막대한 수익원인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러시아 팀들이 모두 올 시즌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유로파리그 16강에 오른 명문구단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향후 경기 몰수패가 선언될 전망이다.
전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명에서 “국제 스포츠연맹과 대회 주최자에게 러시아 및 벨로루시 선수 및 임원의 초대·참가 불허를 권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 러시아와 그 동맹국 벨로루시에서 스포츠 대회를 조직하지 말라고 긴급 권고한 데 이은 조치다. FIFA의 결정도 IOC 권고안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성명에서 IOC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드미트리 코작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의 올림픽 훈장을 철회한다고도 밝혔다.
러시아축구연맹(FUR)은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국제대회 모든 기준과 원칙을 어겼다.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그만큼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또한 “결정에 절대 반대한다”며 “FUR은 국제스포츠법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향한 제재는 다른 종목으로 이어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무기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개최권도 러시아에서 박탈했다. 러시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의 강팀인 데다 국내 인기도 높아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안을 발표했다. 세계럭비연맹(WR)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회원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켰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러시아의 2022 남자 배구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권을 박탈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조정원 총재가 2013년 11월 방한한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명예 9단증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