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여야 유·불리 공식 사라질 듯

입력 2022-03-02 04:02

역대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여야의 승패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했다.

그러나 3·9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2013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실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6.69%)을 기록한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대선 사전투표율도 26.06%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는 예전 선거들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박빙 구도, 오미크론 확산, 높은 정권교체 열기,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 겹치면서 사전투표율로 대선 승패를 예측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깜깜이 사전투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1일 “지지 후보를 이미 결정한 사람들이 주로 사전투표를 한다”며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율이 팽팽하고, 양 진영이 결집을 마친 상태라 사전투표율 결과가 특정 후보에게 득이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이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지는 점도 깜깜이 사전투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방역 당국은 대선 투표 당일인 9일에는 23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많은 유권자가 사람들이 몰릴 대선 당일을 피해 사전투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 확진자가 어느 연령층에 더 많이 분포하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2030세대 확진자가 지금보다 늘어날 수도 있고 선거 직전 고령층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어떤 세대가 더 많이 사전투표를 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사전투표율 자체보다는 어느 후보의 지지층이 더 결집력 있게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여전히 존재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국민의힘에 비해 조직력이 강하다"면서 "조직 내에서 투표 독려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오르면 민주당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도 "60대 이상 연령층에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전투표 '부정선거 주장'을 믿는 경향이 팽배하다"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대선 당일 투표를 선호해 사전투표율이 높을 경우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4∼26일 실시한 조사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은 45.6%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사전투표 의향은 19.5%에 그쳤다.

반면에 20대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아 사전투표율이 올라갈 경우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9세 가운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62.1%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을 들였던 '이대남'(20대 남성)이 대거 사전투표장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대남을 축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을 경우 윤 후보의 승산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끊이질 않는다.

여야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 후보는 서울 명동 유세에서 "전국 어디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 사전투표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오는 4일 서울에서 사전투표를 할 방침이다. 다만 부인 김혜경씨는 동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윤 후보는 서울 동작 유세에서 "사전투표 해주셔야 한다"면서 "3월 4일과 5일, 9일 여러분이 투표하면 저희는 이기고,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4일 광주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세환 구승은 강보현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