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1위 확정을 한 번 더 미뤘다. 한 차례 자신들의 1위 확정을 가로막은 2위 한국도로공사에 또 발목이 잡혔지만, 지난 패배의 복수에는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1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 6라운드 맞대결에서 3대 2(25-19, 25-22, 25-27, 20-25, 15-10)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은 28승 3패, 승점 82점을 기록했다. 이날 승점 3점을 확보하면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1위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2위 도로공사에 승점 1점을 내주며 승점 차 15점을 유지했다.
1위 확정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패배는 되갚아줬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에도 리그 1위 조기 확정에 도전했지만 도로공사에 0대 3으로 패배하며 가로막혔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일시 중단되면서 2연전을 치러야 했던 현대건설의 시즌 첫 셧아웃 패배였다. 전날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세웠던 여자부 역대 최다연승(15연승) 대기록도 멈춰야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현대건설은 1~2세트를 먼저 따내며 빠르게 1위를 결정 짓는 듯했지만 도로공사의 뒷심이 무서웠다.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켈시는 34점을 퍼부으며 양 팀 최다 득점을 책임졌다. ‘클러치 박’ 박정아가 20점, 배유나가 15점으로 힘을 보탰다. 정대영을 앞세운 높이도 강력했다.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를 가져온 도로공사는 기세를 타고 4세트까지 손쉽게 따내며 균형을 맞췄다. 도로공사는 승점 1점을 확보하며 현대건설의 1위 확정도 저지했다.
현대건설은 직전 KGC인삼공사 경기에서 2대 3으로 역전패당한 악몽을 떠올렸다. 지난 8일간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으로 인한 체력 문제가 커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5세트 초반 도로공사의 범실과 고예림의 오픈 득점, 양효진의 블로킹 등으로 점수 차를 6-1까지 벌리며 앞서나갔다. 현대건설은 분위기를 지켜내며 15-10으로 5세트를 가져오며 진땀승을 거뒀다.
현대건설 야스민은 위기 때마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변칙적인 공격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야스민은 31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양효진 18점, 황민경 12점, 고예림 이다현이 각 10점으로 힘을 보탰다. 강성현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 후 “그냥 주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경기력 회복이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음에 잘 준비해서 (1위 확정 축포를) 터뜨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현대건설의 발목을 잡은 도로공사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번 시즌 최강으로 군림해온 현대건설을 위협하며 대항마 이미지를 굳혔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결과는 졌지만 괜찮다”며 “두 세트를 내준 뒤 다시 두 세트를 따내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