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권 잡든 없애겠다는 종부세… 세제 개편 난관도 많다

입력 2022-03-02 04:03
사진=권현구 기자
오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이 후보는 종부세를 대신해 토지 보유자 전원에게 일정 비율을 과세하고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는 토지이익배당제(토지배당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윤 후보도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는 방안을 담은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실제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보유 세제 개편에는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토지배당제


이 후보의 토지배당제는 모든 토지에 대해 일정 비율을 과세하는 ‘국토보유세’ 개념에서 명칭만 바꾼 것이다. 원래 국토보유세는 한국 사회에 굳어진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동산 실효세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 필요성이 논의됐다. 모든 토지 소유자에 대해 토지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물리는 방식이다. 국토보유세가 신설될 경우 종부세 대상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종부세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종부세는 특정 금액을 초과한 토지나 주택에 대해서만 부과가 되지만,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에 대해 동일하게 부과되는 게 원칙이다 보니 과세 대상이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반발 기류가 생기자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수 전액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며 “국민의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이 후보 주장과 달리 혜택보다 부담이 큰 대상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투기와 무관한 기업의 물류창고용지나 전통시장의 주차장, 기업의 기숙사, 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가정 어린이집용 주택, 농업용지 등에 대해 재산세 감면이나 종부세 감면·비과세 등의 혜택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이런 감면과 비과세 조치가 사라지면서 기업과 사회복지시설 등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통계청장 출신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최근 경기연구원이 2020년 제시했던 국토보유세 세율을 적용해 법인의 국토보유세 납부액을 추계한 결과, 국토보유세 신설시 토지 보유로 인한 기업 세 부담이 약 5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방세 특례제한법에 따라 재산세 감면을 받는 어린이집, 유치원, 중소기업, 종교단체, 학교, 병원 등은 모두 합쳐 359만4299곳에 달한다.

국민의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는 이 후보 주장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특히 비슷한 금액대의 토지를 보유한 가구라 하더라도 가구원 수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공시가격 9억원 주택 보유자라도 3인 이하 가구는 약 18만~79만원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1인 가구면 공시가격 3억원만 초과해도 내는 세금이 받는 토지배당보다 줄어든다”고 말했다.

과세 근거가 될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 2020년부터 추진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공시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국토보유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 부동산 유형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20% 안팎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이를 기준으로 국토보유세를 매기면 자연히 조세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늘어나는 세 부담에 비례해서 기본소득 지급액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분 보유세 규모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서 9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 국민에게 연간 기본소득 20만원을 지급하기도 버거운 규모다. 이 후보는 “구체적인 세율 등은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회복지제도 등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결국 증세 없는 기본소득 시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 부담보다 혜택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토보유세 대신 토지배당제로 명명했지만, 결국은 사실상의 증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종부세 폐지? 지역 간 격차 심화


윤 후보의 종부세 전면 재검토 공약 역시 실제 이행에 따르는 부담이 적지 않다. 당장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지역 간 세수 차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만 남게 되는데 재산세가 지방세다 보니 고가 부동산이 많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방 세수 차이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고지 세액 5조6789억원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차지하는 세액이 전체의 71.7%(4조738억원)에 달했다. 종부세는 전액 지자체에 교부금으로 배정하는데 이 재원이 사라지면 안 그래도 극심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에 대한 면죄부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차등 세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투기를 방지하고 있는데, 종부세가 사라지면 시장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해도 좋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