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수·정시 비율 조정” 尹 “정시 확대”… 대입 제도 손본다

입력 2022-03-02 04:05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입 정시 확대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공약집에서 ‘정시 확대’란 표현을 뺐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유력 후보들의 교육 공약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정책공약집을 발간하고 교육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교육 현장에 파급력이 큰 대입 공약을 중심으로 두 후보의 교육 정책을 짚어봤다.

‘톤다운’된 정시 확대

먼저 이 후보가 공언해온 ‘정시 확대’가 공약집에서 빠진 것이 주목된다. 공약집에선 대신 ‘수시전형 선발 인원이 과도한 대학의 수·정시 비율 합리적 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전면적으로 정시 비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수시 비중이 과도한 대학에만 ‘핀셋 처방’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은 “여러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캠프가 파악한 정시 확대 찬성 여론은 70% 안팎이다. 표를 위해선 정시 확대를 공약집에 명시하는 게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진보 교육계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고교학점제와 충돌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고교학점제를 이어받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공약집에서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인원 비율 확대’라고 명시했다. 다만 전면적인 정시 확대는 아니다.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있는 지역의 대학들과 예체능계 대학은 예외로 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40%, 그 밖의 대학은 30%를 정시로 뽑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캠프는 정시 확대의 타깃이 주로 수도권 대학이란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시 비율이 40%인 대학을 더 높이거나 나머지 수도권 대학을 40%로 맞추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실제 정시 확대 규모는 윤 후보의 고교학점제 입장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가 2025년 3월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수용할 경우 정시 확대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국적인 표준화 평가인 수능 영향력을 확대하면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와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윤 후보 공약집에선 고교학점제가 언급되진 않았다.

누가 되든 대입은 바뀐다

이 후보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수능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정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긴 해도 정시 축소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 금지는 자칫 변별력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2019학년도 국어 31번 논란 이후 초고난도 문항 대신 준고난도 문항을 다수 배치하는 방식으로 변별력 확보 시도를 하고 있으나 매번 난이도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중상위권 체감 난도를 높이면서 사교육 억제 효과도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윤 후보는 ‘대입 전형 단순화’를 공약했다. 다만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정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더 전형을 단순화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약집에 담겨 있지 않다.

미래형 대입 제도 개편은 두 후보 공통 사항이다. 이 후보는 현 정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스케줄에 맞춰 2024년 초에 2028학년도에 적용할 새 대입제도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윤 후보 역시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새 대입제도 마련’이라고 공약집에 담았으나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입 개편 시점도 고교학점제 수용 여부에 따라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법조인·교사 설득이 관건

두 후보 모두 법조인이 되는 경로를 다양화할 생각이다. 이 후보는 사법시험 부활과 함께 기존 로스쿨에 온라인·야간 과정 도입을 예고했다. 신규 로스쿨 인가도 추진할 생각이다. 윤 후보 역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미래형 로스쿨을 예고했다. 로스쿨 입시에서 정량지표 비중을 줄여 다양한 사회 경험과 자격을 두루 갖춘 인재에게 로스쿨의 문호를 개방하고, 직장인을 위해서 온라인·야간 로스쿨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법조인 선발·양성 규모는 로스쿨 재학생은 물론 변호사 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변호사 단체들은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가 너무 많아졌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늦추는 공약도 주목된다. 이 후보는 모든 초등학생들이 오후 3시 이후에 하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가교육과정과 별도의 지역교육과정을 도입해 기본학력 보완, 예술체육, 체험활동 등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정책은 문재인정부 초반에도 학부모들의 지지 속에 시도됐으나 교사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윤 후보도 모든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 후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다고 공약했다. 방과 후 학교는 학교교육 복습, 예체능, 어학, 과학 등으로 내실화한다. 다만 윤 후보는 교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공약집에서 ‘교육청과 지자체가 운영 주체로 교사는 운영주체에서 제외’라고 명시했다. 초등돌봄교실에 대해 이 후보는 오후 7시, 윤 후보는 오후 8시까지 운영해 맞벌이 부부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