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음식문화와 향토음식이 발달한 고장이다. 대구십미(大邱十味)가 있으며 곳곳에 경쟁력 있는 먹거리타운이 조성돼 있다. 대구시음식선정위원회가 선정한 대구십미는 따로국밥, 납작만두, 누른국수, 막창, 야끼우동, 논메기 매운탕, 반고개 무침회, 뭉티기, 복어불고기, 찜갈비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독특한 먹거리도 많다. 닭똥집 튀김, 매운 갈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봄철에만 만날 수 있는 먹거리가 있다. 봄을 알리는 신춘채(新春菜)로 인기를 끄는 미나리다. 봄 미나리 신드롬은 1980년대 경북 청도 청도읍 초현리·음지리·평양리·상리 일대 한재에서 출발했다. 대구 달성군에서도 16년 전쯤부터 미나리 재배가 시작했다. 달성군에서는 가창면의 정대미나리가 유명하다. 화원 미나리도 빼놓을 수 없다. 본리리와 명곡리 일대에 미나리 하우스촌이 형성돼 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화원휴양림 언저리에 앉은 마비정마을까지 이어진다.
비닐하우스 미나리는 1월 중하순부터 3월말 정도까지다. 미나리는 삼겹살과 궁합이 잘 맞다. 미나리 위에 삼겹살을 올려 입에 넣으면 향긋한 향을 머금은 삼겹살이 개운한 봄맛을 낸다. 아삭한 식감 덕에 씹는 맛도 그만이다.
대구를 찾으면 뭉티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뭉티기는 뭉텅이, 뭉치를 의미하는 생고기의 경상도 방언이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 정도로 뭉텅뭉텅 썰어낸 생소고기 맛이 일품이다. 1950년대 후반 사태살의 일종으로 소 뒷다리 안쪽의 허벅지살인 처지개살을 썰어 참기름, 마늘, 고춧가루 등을 섞은 양념에 푹 찍어 먹으면서 시작된 이 독특한 먹거리는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싱싱한 한우의 참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곱창과 막창도 손꼽힌다. 대구에서 70년대 초부터 유행한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 특별히 제조된 된장 소스에 마늘과 쪽파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안지랑 곱창골목은 연탄불에 직접 구운 쫄깃한 곱창과 막창으로 인기다.
평화시장 닭똥집 튀김도 이색적이다. 닭똥집 튀김과 평화시장의 만남은 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년대 이후 경부선의 수송량 증가로 넓은 부지에 많은 선로를 확보한 역이 대구에 필요해졌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신암동에 69년 동대구역이 생기면서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평화시장이 생겼다. 한동안 칠성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큰 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때 평화시장을 살린 것이 닭똥집이다.
마땅히 쓸 곳은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닭똥집을 밀가루를 바르지 않고 그냥 튀겨서 서비스 안주로 내놓은 게 시초였다. 반응이 좋아지자 닭똥집에 밀가루를 바르고 튀겨 판매하면서 서민들의 음식으로 변해 갔다. 튀김똥집과 양념똥집 외에 간장똥집, 찜닭,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대구를 찾는 여행객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서문시장도 대표적인 먹방투어 코스다. 씨앗호떡, 꼬마김밥, 떡볶이, 납작만두, 잔치국수까지 서문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 중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 번 삶은 다음 구워 먹는 납작만두가 군침을 삼키게 한다. 만두라지만 속에 든 것이 거의 없어 ‘걸뱅이(거지) 만두’라 불렸을 정도다. 하지만 담백 고소해 출출할 때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간장만 뿌려 먹어도 좋고 채 썬 양배추를 넣은 매콤한 쫄면과도 잘 어울린다. 시장 내에는 가격이 저렴한 칼국수집도 많다. 풋고추 하나씩 들고 뜨거운 칼국수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70년대 등장한 찜갈비도 먹어봄직하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소갈비를 담아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양념한 동인동 찜갈비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으로 미식가를 유혹한다. 고기를 다 먹은 뒤 밥을 볶아 먹으면 금상첨화다.
대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