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협상 중 폭격” 반발-푸틴 “우크라 비무장·중립화”

입력 2022-03-02 04:0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사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익’을 강조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시 철수’를 요구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평화 협정과 민간인 보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주권 인정,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 중립적 지위 등을 포함해서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 이익이 무조건 고려돼야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중단하고 키예프 남쪽에서 오는 도로 등 주요 도로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약속을 지킬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러시아 정부는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우리 영토와 도시에 폭격을 가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제시한 회담 내용에 합의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난 5일간 러시아가 56개 로켓과 113개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폭격 우려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러시아 미사일과 비행기, 헬기 비행에 대한 전면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퇴출도 요구했다.

다만 미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럴 경우 본질적으로 미군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해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것은 분명히 확전이며 잠재적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