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미국과 중국에서 재외국민 투표 출구조사 1위를 차지했다.” “○○○ 후보가 △△△ 후보 지지율을 앞섰다.” 19대 대선 때의 가짜뉴스들이다. 출처불명의 가짜뉴스는 선거 막바지에 무차별 살포됐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마지막 1주일(선거일 포함) 동안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기승을 부려 표심을 교란했다. 19대 대선 당시 적발된 가짜뉴스는 2만건을 넘었다. 직전 대선 때보다도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짜뉴스는 그럴듯한 언론 보도 형태로 위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유권자들이 진위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유권자들이 여기에 현혹된다면 자칫 선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오는 9일 20대 대선을 앞두고 3일부터 투표 마감 시점까지 민심의 풍향계인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된다. 투표일 전 6일부터 공표·보도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막바지 표심을 유권자들이 감지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게다. 양강 후보가 유례없는 막판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내 지지율로 혼전 양상이다. 이러니 내일부터 블랙아웃이 되면 누구의 지지율이 앞섰다느니 하는 거짓 여론조사가 범람할 게 분명하다.
그간 대선 때마다 깜깜이 선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선거법 취지는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후보에게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나 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독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따른 부작용이 훨씬 심각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표 금지 기간에도 각 후보 진영이 여론조사를 계속해 관계자들은 표심 흐름을 알 수 있는 데 반해 일반 유권자만 몰라야 한다는 건 문제 아닌가. 그럼에도 현행 제도가 유지되고 있으니 유권자들만 가짜뉴스를 경계하면서 답답한 1주일을 보내게 생겼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