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20% 넘게 늘면서 무역수지도 3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석유제품 등 수출이 크게 늘면서 흑자 전환을 견인한 것이다. 수출 증가세는 탄탄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한국 경제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내다본 3%대 경제성장률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6% 증가한 53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530억7000만달러로 25.1% 늘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8억4000만달러 흑자 전환하며 무역적자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2월(-4억3000만달러)과 지난 1월(-48억3000만달러)에는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고유가·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를 딛고 3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것은 수출액이 수입액을 상쇄할 만큼 큰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액은 2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500억달러를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출은 2020년 11월부터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도 12개월째 지속되고 있을 만큼 견조하다. 2월 수입도 25.1% 증가한 530억7000만달러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1월에 비해 에너지 수입 수요가 줄어든 점이 일부 반영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제한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대(對) 러시아 수출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CIS 지역으로의 수출액은 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5.6% 늘어났다. 정부도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3월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경제 성장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줄줄이 오른 에너지,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더 치솟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곡물 가격도 밀이나 옥수수 중심으로 이미 오른 상태다. 러시아는 단일 국가 기준 밀 수출 1위고,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5%를 공급한다.
물가가 오르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칠 경제적 파급력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2.9%), LG경제연구원(2.8%) 등 민간 연구소는 2%대로 보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할 수는 있지만, 물가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물가에 따른 국민 불만을 고려한다면 2%대로 성장률을 낮춰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3월에 또다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으며, 2월 말 한파 등 영향으로 3월 에너지 수요가 2월보다 오히려 더 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심희정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