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년째 북한사역을 해 온 선교사도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멈추지 않던 묘목 보내기를 올해는 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역은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2003년부터 중국에서 북한 사역을 하다 코로나로 2020년 한국에 온 차영광(가명) 선교사 얘기다. 차 선교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북한 사역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진행할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여러 단체와 연합해 북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 중 첫손에 꼽는 게 국제사랑재단과 함께하는 묘목심기”라고 전했다. 이어 “겨울이면 내복 방한복 먹거리 등 ‘겨울나기’ 용품도 제공하는데 2020년과 지난해엔 방역 마스크와 발열 체크기 등을 보냈다”고 했다.
차 선교사와 국제사랑재단(총재 김삼환 목사·이사장 김승학 목사·대표회장 김영진 장로)은 중국의 사역팀을 통해 매년 봄 북한의 민둥산에 심을 묘목을 보내 왔다. 재단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 면적은 전체 면적의 73%(899만㏊)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산림 면적 중 32%는 산림 황폐 지역이다. 서울, 인천, 경기도 면적을 합한 121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84만㏊다. 북한도 산림 훼손의 심각성을 깨닫고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168만㏊의 산림을 개발하겠다는 산림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재단은 2016년부터 평안북도, 황해북도, 평양 근교에 묘목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초기엔 생존율이 95%나 되는 비타민나무를 보냈다. 이후 단기간에 성목으로 자라고 식재 후 관리가 수월한 묘목, 녹음 효과가 우수한 묘목, 밤나무 비타민나무 아로니아나무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묘목 등을 매년 20만~40만 그루씩 지원하고 있다.
차 선교사는 “북한은 우리가 보낸 묘목을 지역에 배분한다. 지역 담당자들은 우리에게 묘목이 어디에, 어떻게 심겼고 몇 그루 살아남았는지 알려주고 있다”면서 “묘목과 함께 씨앗과 농약 등도 함께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 선교사의 북한 사역은 코로나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 비자발적으로 중국을 떠나야 했고 현장에 없으니 묘목 사업을 실행하기 어렵게 됐다. 대신 재단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돕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2012년부터 사순절 기간이면 국민일보와 함께 재단이 진행해온 ‘북한 결식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빵과 분유 등을 보낼 예정이다.
어려움 가운데 차 선교사는 코로나 이후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도움도 요청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에서 국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산에 우리가 보낸 묘목이 심겨지고 그 묘목이 자리를 잡아 싹을 틔우는 걸 봤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이 북한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순절 기간 북한을 생각하며 캠페인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