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선거제도·권력 구조
개편안 후진적 정치 문화 바꿀
방안인데도 호응 못 받아
기득권 집착해 개혁 외면하다
대선 임박해 제안하니 선거용
정치쇼란 의심 받는 게 당연
대선 결과 어떻게 되든 약속
이행하지 않으면 못 믿을 정당
이미지 굳어져 미래 없을 것
개편안 후진적 정치 문화 바꿀
방안인데도 호응 못 받아
기득권 집착해 개혁 외면하다
대선 임박해 제안하니 선거용
정치쇼란 의심 받는 게 당연
대선 결과 어떻게 되든 약속
이행하지 않으면 못 믿을 정당
이미지 굳어져 미래 없을 것
이번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이란 평가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각종 비위 의혹과 구설에 휩싸인 채 이전투구 양상을 펼쳐지고 있어서다. 선거일이 1주일 남았는데도 후보 부인들이 대중 앞에 나와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상대 후보의 말꼬리를 잡고, 흠집을 부풀리는 네거티브 공세가 기승을 부리고 두 후보는 이렇다 할 재원 대책도 없이 선심성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 정치의 앞날이 암울할 것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두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 경쟁 중이다.
이런 양상은 전통적 거대 양당 프리미엄과 이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탓이 크다. 현행 선거제는 제3 후보가 들어설 공간을 제약한다. 도덕성, 자질, 정책 등에서 후한 평가를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의 최종적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최선이나 차선의 후보가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후보 선택으로 귀결되기 십상인 우리 선거제도의 맹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거대 양당은 번번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는데도 현행 선거제에 힘입어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승자 독식의 대선은 협치가 설 자리를 뺏고 정당은 물론 지지층 간 적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당은 야당을 협력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 발목잡기에 급급한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신뢰가 바닥권인 정치를 바꾸려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거대 양당의 외면으로 정치 개혁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민주당이 최근 선거제도 개현을 포함한 정치 개혁 카드를 던졌다.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공론화했고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해 추진하겠다는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총선용 위성 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 도입 등이다. 시민단체와 소수 정당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과제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후진적 정치 문화를 바꿀 획기적인 방안들이다. 그런데도 다른 정당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조차도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민주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지금의 민주당은 말의 신뢰를 잃은 양치기 소년이나 다름없다. 정치 개혁을 약속하며 소수 정당들의 협조를 얻어내고는 뒤통수를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놓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연대를 제안하니 믿기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 로드맵이 빠진 두루뭉술한 수준의 의총 당론 채택만으로는 신뢰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총선 때 위성 정당을 만들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켰는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당론 채택만으로 약속 이행을 어찌 담보할 수 있겠나.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 제명 신속 처리를 당 대표가 공언하고도 한 달 넘게 시늉만 하고 있으면서 훨씬 더 지난한 과제인 개혁안 추진 약속을 믿으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부도낸 약속어음 또 ‘발행’하지 말고 이제는 ‘현금’으로 실천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민주당이 개혁안을 선거용으로 쓰고 버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선거제 개혁은 6개월 안에,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1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은 불신을 키울 뿐이다. 민주당이 양치기 정당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 대선이 전부가 아니다. 대선 2개월여 뒤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고 2년 후엔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이후에도 선거는 이어진다. 이번 제안마저 부도어음이 된다면 민주당은 유권자, 특히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중도층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정당의 미래가 어떨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