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103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한·일 협력을 강조하는 대일 메시지를 냈다.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두 나라가 협력하자는 게 골자다. 3·1 독립선언서를 통해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던 선조들의 마음이 지금 우리의 마음이라고 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전 세계에 신냉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약육강식의 자국중심주의 기류가 팽배하다. 한·일 양국은 주요 10개국(G10) 일원으로서 어느 일방의 패권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당사국들이다. 국제사회 움직임에 함께 보조도 맞추고 있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강할수록 자국중심주의가 똬리를 틀 여지는 줄어든다.
이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일 양국이 역사문제로 반목과 갈등을 되풀이하는 건 두 나라 모두에 악영향만 끼친다. 대러시아 제재에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할 국제사회에도 이로울 게 없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취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되레 자국기업의 발등을 찍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에 타격을 가하기는커녕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내 자립화를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일본이 우리의 역량과 잠재력을 지나치게 낮잡아 본 결과다.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두 나라가 협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일본 우익 정권의 의도적인 ‘한국 무시’에도 일본 내에서 새로운 한류 붐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일본 국민은 우익 정권 의도와 달리 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공언한 만큼 일본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대통령도 강조했듯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다. 그것의 출발은 역사를 대하는 일본의 진솔한 태도에 달려 있다.
[사설] 역사를 대하는 일본 태도에 한·일 미래 달려 있어
입력 2022-03-0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