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6일째를 맞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제2도시 하르키우의 민간인 거주 지역에 포탄을 퍼부으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히는 집속탄을 사용해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심지어 대량살상무기인 진공 폭탄을 썼다는 주장까지 나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나서기도 했다.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은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전쟁 범죄 행위다. 당장 중단돼야 한다.
당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안보를 위협하려 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 미국이 전쟁 불사를 외치며 대응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만이 공격 대상이며, 반러 세력을 대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수도 키예프로 향한다는 해명으로 국제사회의 전쟁 반대 여론에 대응했다.
그러나 침공 며칠 만에 이런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러시아군의 포탄에 맞아 불타는 아파트, 그 주변에 처참하게 뒹구는 민간인 사체, 눈도 감지 못한 채 숨진 여섯 살 여자아이와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 등 우크라이나 국민이 SNS에 올린 참혹한 사진들이 러시아의 거짓 주장을 증명한다. 나토의 동진을 막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택했다는 말은 그야말로 궤변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의 전쟁 범죄 행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2~3일 안에 키예프를 점령해 친러정권을 세운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빠지려 했던 러시아의 초기 전략은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무산됐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에 포탄을 퍼붓고, 비인도적 무기를 사용하고, 심지어 핵무기로 협박하는 것은 키예프를 지키기 위해 똘똘 뭉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지금까지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결국 더 많은 민간인 희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철의 장막 뒤에서 무슨 짓을 해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 냉전 시대와 다르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야만적 침략 행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 결과 허술할 것 같았던 대러 경제제재는 국제사회가 일제히 동참하며 벌써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더 이상 오판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