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음식 시킬 분”… 배달비 1만원에 ‘배달공구’까지 등장

입력 2022-03-02 04:05

“혹시 망원파출소 근처 사시는 분들 계시면, 단톡방 만들어서 배달음식 합배송 시킬까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최근 당근마켓 ‘동네생활’ 게시판에 배달비를 함께 부담할 이웃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1인분 가격이 1만원 정도인데 배달비가 3000~4000원에 달해서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B씨도 “자주 가는 부대찌개 가게 사장님이 10명 정도 되면 포장 가격에 배달비 없이 문고리 배송해준다고 한다”며 글을 올렸다. 배달을 시키면 1만5900원이지만, 공동 구매(공구)하면 포장 가격인 9900원에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는 데다 배달비도 없다.

연일 치솟는 배달비에 소비자들이 해법을 찾고 나섰다. 올해 초에 배달비가 5000~6000원까지 오른 데다, 배달 거리나 배달이 몰리는 시간이나 악천후 등에 따라 할증까지 붙으면 1만원을 훌쩍 넘으면서다. 이웃끼리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같이 배달을 시키거나 배달 공구를 시도하고 있다.

1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1월 동네생활 게시판에 올라온 배달 공구 관련 글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배로 늘었다. 전월과 비교해도 15% 이상 증가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음식값보다 배달비가 더 비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이웃끼리 같이 배달하거나 공구를 시도하는 사례가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픈 카톡방이나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달 공구가 확산하면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직장인을 겨냥해 점심을 무료로 묶음 배달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모바일 식권 플랫폼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지난달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오피스 거점 배달 서비스 ‘배달대장’을 출시했다. 벤디스 관계자는 “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배달 시점, 배달 지역의 일원화로 해결했다. 대부분 기업이 낮 12시 전후로 점심 시간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피스 빌딩 단위로 거점을 마련해 배달 수요를 모아 묶음 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배달을 끊는 소비자도 생겼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신년 목표 가운데 하나로 ‘배달 끊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배달 의존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이 포장 주문을 하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려는 것이다. 직장인 황모(28)씨는 VIP 회원이었던 배달앱을 삭제했다. 황씨는 “습관이 되다 보니 배달 앱에만 일주일 생활비 대부분을 쓰곤 했다. 해장국이 8000원인데 배달료가 5000원이다. 배달비가 웬만한 음식값 정도로 오르면서 결국 배달을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