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 “핵 전력 강화 준비태세”… 푸틴, 핵위협에 전세계 패닉

입력 2022-03-01 04:02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고멜주에 마련된 회담장에 마주 앉아 있다. 전쟁 발발 후 양측의 첫 회담이다. 러시아 대표단으로는 레오니트 슬루츠키(왼쪽부터) 국가두마 국제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 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반대편 우크라이나 대표단으로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 등이 나왔다. 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까지 꺼내 들자 미국과 서방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당초 예상을 완전히 깨고 전면 침공을 감행한 만큼, 핵무기도 진짜 사용할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 준비태세로 돌입시켰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쇼이구 장관이 이날 군 최고 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등의 당직팀과 장거리비행단(전략폭격기 비행단) 지휘부가 강화 전투 준비태세로 돌입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3대 핵전력(Nuclear Triad)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가 함께 비상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만큼 어느 때보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서방이 똘똘 뭉쳐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과 본인 자신과 가족, 러시아 중앙은행 등에 대한 ‘핵폭탄급’ 제재를 가하자 ‘진짜 핵폭탄’ 카드로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BBC는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 실제 그가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영국과 덴마크 사이 북해 상공에 핵무기를 발사하는 방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서방의 압력에 맞서 푸틴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천연가스관을 차단해 유럽인들을 추위에 떨게 하거나 핵무기를 폭발시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국장은 “중앙 집중 저장고의 핵탄두를 이동하거나 ICBM, 장거리 폭격기 등에 분산 배치해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무소불위로 커진 자신의 권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에 빠졌다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적극 협조하는 벨라루스가 이날 비핵국 지위를 포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가 배치될 수 있는 길을 텄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벨라루스에 핵무기가 배치되면 발트 3국은 물론 독일, 폴란드, 체코 등은 직접적인 핵 위협에 놓이게 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 서방과의 대화에 앞선 초강경 압박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벨라루스 대화를 앞두고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