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금지·자산 매각 전세계 곳곳 “러 퇴출”

입력 2022-03-01 04:03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괴돼 연기와 불을 내뿜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하르키우에서 시가지전 끝에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조기 점령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등으로 경제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퇴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항공기 비행 금지 조치가 확산되고 있고, 러시아 산업에 대한 투자 철회와 자산 매각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서방의 강력한 금융 제재에 러시아 경제는 빠르게 몰락 중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침공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에 EU 재정 지원을 하고, 러시아 항공사의 역내 상공 운항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주력 산업에 대한 자산 매각과 투자 철회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에너지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처분하기로 했다. 이번 지분 정리로 BP는 최대 250억 달러(30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물류회사인 UPS와 페덱스는 러시아에 대한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국은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 방안은 러시아가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자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의 제재로 러시아가 자국의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화 등을 쓰지 못하게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경제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성명을 통해 ‘스베르방크 유럽’ 등 러시아 대형 국영은행의 유럽 내 자회사 최소 3곳의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들을 퇴출시키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역외 시장에서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장중 117.817루블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종가(83.64루블) 대비 약 28% 하락했다. 실제로 러시아 곳곳에선 주민들이 달러 사재기를 위해 현금인출기(ATM) 앞에 길게 줄지어 선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무려 20%로 파격 인상하고 2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하는 등 금융안정 조치를 연이어 취했다.

서방의 제재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받은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증권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

28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긴급특별총회가 열린다. 앞서 최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비토해 규탄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미국 등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없는 긴급특별총회 소집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유엔 총회 결의가 이뤄지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엔의 이름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부당성을 지적하게 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측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1시10분쯤 벨라루스 고멜주에서 회담을 가졌다.

임송수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