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위프트’ 포함 러 금융 제재 동참… 국내 기업도 타격

입력 2022-03-01 04:03

정부가 28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등 러시아 금융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2년 이란 스위프트 제재보다 국내 기업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스위프트 배제 제재에 동참키로 했다. 스위프트는 200여개국의 1만1000개 이상 금융기관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이다. 스위프트 접속 불가는 세계 금융과 자본시장에서의 퇴출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조치로 국내 기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금결제 지연·중단에 따른 손해, 우회 결제로 마련을 위한 추가 비용 발생 등이 당장 예상되는 문제다. 교역 중단에 따른 직접적 피해 외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무역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2012년 이란 스위프트 제재보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에는 유럽계·미국계 은행이 대거 진출해 있고, 시장 내 자산 규모도 상당하지만 이란은 주로 로컬 뱅크들만 활동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제재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제재 대상을 ‘선별한(selected) 일부 러시아 은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러시아 은행 전반이 아닌, 이미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으로 지정된 은행에 대해서만 스위프트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의 대응 방안도 제재 범위에 따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수출신용보증 무감액 연장, 보험금 신속보상 등 기업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2조원의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란 스위프트 제재 때처럼 원화결제를 대체결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전 세계가 ‘러시아 제재’라는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대체결제 지원 등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민현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유동성 자산도 적고, 대기업보다 교역 대상도 적기 때문에 대외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키로 했다. 정부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허가 심사를 강화해 수출을 차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수출통제체제는 핵물질과 관련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재래식무기 관련 바세나르체제, 생화학무기 관련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를 가리킨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김영선 기자 jshin@kmib.co.kr